퀄컴은 ARM 아키텍처 기반의 모바일 칩셋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자리 잡은 기업입니다. 그러나 2021년 서버용 CPU 스타트업 Nuvia를 인수한 이후, 퀄컴은 단순한 모바일 SoC 제조사를 넘어 고성능 범용 컴퓨팅 칩셋 시장으로 본격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Nuvia 기술력이 반영된 Oryon 코어는 기존의 ARM Cortex 기반 구조와는 확연히 다른 철학과 방향성을 보여주며, 2025년 현재 퀄컴 아키텍처 전략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퀄컴 Nuvia 기반 코어의 설계 방향과 전력 효율 구조를 중심으로 그 기술적 진화를 분석합니다.
Oryon 코어의 설계 방향: 레퍼런스를 넘어선 독립 구조
Nuvia는 애플 A 시리즈와 M 시리즈 CPU 설계를 담당했던 핵심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로, 서버용 고성능 ARM CPU를 자체 아키텍처로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퀄컴이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ARM의 Cortex 레퍼런스 코어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체 설계된 커스텀 CPU 코어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Oryon 코어입니다. Oryon 코어는 단순히 클럭 속도나 스레드 수에서의 경쟁을 넘어, 명령어 처리 성능(IPC), 파이프라인 효율, 캐시 아키텍처까지 모두 퀄컴이 직접 설계한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싱글 스레드 성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는 일반적인 모바일 환경뿐 아니라 데스크톱·노트북 환경에서도 체감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입니다. 또한 기존 ARM 코어들이 전력 대비 성능을 우선시한 반면, Oryon은 성능 극대화 자체를 목표로 설계되었으며, 필요시 고성능 연산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한 캐시 계층 최적화와 분기 예측 구조, 멀티코어 스케줄링 알고리즘 등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인텔이나 애플 M 시리즈와 유사한 수준의 마이크로아키텍처 성능을 목표로 하며, 실제 벤치마크에서도 Apple M2, M3 칩과 동등한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멀티코어 최적화와 클러스터 설계 전략
퀄컴은 Oryon 코어를 단일 고성능 코어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코어를 유기적으로 묶어 구성하는 멀티코어 클러스터 방식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Snapdragon X Elite 시리즈에서는 최대 12개의 고성능 Oryon 코어가 하나의 클러스터 형태로 묶여 있으며, 모든 코어가 동등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병렬처리 구조가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big.LITTLE 구조와는 다릅니다. 기존 ARM 칩셋은 고성능(big) 코어와 저전력(little) 코어를 혼합해 사용하며, 성능과 전력을 동적으로 조절하는 구조였지만, Oryon 기반 구조는 모든 코어가 고성능을 전제로 하되, 필요한 상황에서만 코어를 활성화하는 ‘전력 최적화형 고성능 일원 구조’를 따릅니다. 퀄컴은 이 구조를 통해 코어 간의 동기화 문제를 최소화하고, 스케줄링 지연을 줄이며, 특히 고부하 연산(예: 3D 렌더링, 영상 편집, 대용량 AI 모델 추론 등) 환경에서 코어 간 협업을 통해 확장 가능한 고성능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연산 수치를 넘어서, 실제 사용자의 응답성,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 전환 속도 등에서 크게 향상된 사용 경험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력 효율 구조: 성능과 저전력의 동시 달성
고성능을 강조한 아키텍처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Oryon 코어는 퀄컴의 저전력 설계 철학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Snapdragon X Elite의 경우, 최대 12개의 Oryon 코어가 동작하는 환경에서도 기본 TDP는 23~25W 수준으로 억제되어 있으며, 이는 동급 성능의 인텔 i7, i9 모바일 CPU에 비해 약 40% 이상 낮은 수치입니다. 이러한 전력 효율성은 여러 기술적 요소의 집약 결과입니다. 첫째, TSMC의 고성능 4nm 또는 3nm 공정을 사용해 칩 자체의 전력 누설을 줄였으며, 둘째, 코어마다 독립적인 전력 도메인을 구성해 필요할 때만 전력 공급이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셋째, 고속 L3 캐시 통합을 통해 메모리 접근 횟수를 줄이고, 데이터 전송에 소모되는 전력을 대폭 절감했습니다. 또한 Oryon 코어는 고성능 NPU와 GPU와 함께 구성된 SoC 형태로, 연산 자원을 분산시켜 CPU의 부하를 줄임으로써 전반적인 시스템 소비 전력을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배터리 기반 노트북에서 특히 유리하게 작용하며, 하루 이상 지속되는 전력 효율 기반 사용 시간을 실현하는 데 기여합니다. 퀄컴은 이를 ‘Always-on ARM PC’ 시대를 위한 기반 기술로 정의하고 있으며, 실제로 팬리스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퀄컴의 Nuvia 기반 Oryon 코어는 기존 ARM 코어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설계 철학을 바탕으로 고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달성한 새로운 CPU 아키텍처입니다. 자체 커스텀 코어 설계를 통해 더 이상 ARM 레퍼런스 디자인에 의존하지 않고, 윈도우 환경까지 아우르는 범용 고성능 칩셋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데스크톱급 성능을 요구하면서도 배터리 기반의 저전력 환경을 요구하는 노트북, 태블릿, AI PC 시장에서 퀄컴의 Oryon 코어는 강력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ARM 기반 컴퓨팅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열어가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커스텀 CPU 설계, 고성능·저전력을 동시에 구현한 퀄컴 Nuvia 기반 Oryon 코어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기술 인포그래픽